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 잃어버린 중력을 찾아서
read 2008/05/09 20:35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끼는 걸까. 그것은 지구인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힘, 중력 때문이다. 이미 매트릭스를 통해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를 능수능란하게 오고갔던 워쇼스키 형제는 차기작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근본적인 힘의 한계가 존재하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항간에서는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을 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는 이 영화를 통해 꿈꾸었던 성(星)전환이 성(性)전환으로 와전된게 아닐까. 덕분에 스피드 레이서는 지구밖의 세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스피드 레이서라는 롤러코스터의 코스는 어떨까. 상승, 하강, 가끔 360도 회전. 우리가 여태껏 이 때 쯤이면 보아왔던 블럭버스터들의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매트릭스 한편으로 전세계인을 철학자로 만들었던 이들의 경력에 비해 별로 참신하지 않다. 게다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데, 매트릭스 1 이후로 시각적 충격에 대한 강박으로 한번도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들의 이력을 본다면 납득하기 힘든 사실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 롤러코스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레일을 통해 느껴지는 중력이 우리가 지구에서 겪었던 중력감과 적잖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아무도 그들 앞에 '바보야, 문제는 중력이야.'라는 피켓을 들지 않았을까. 위화감을 느낀 낯선 감각의 레일 위에서 아무리 스피드 레이서가 질주한다고 해도 우리는 불감증 환자가 되어 무감각하게 스크린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혹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커플처럼 상영 중에 문자를 주고 받고 몇번이나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한 인간의 분노 게이지가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는지 실험하던가.
하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코스-그랑프리에 도착하면 우리는 잃었던 중력을 조금씩 찾게 된다. 그리고 중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 급하강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보는 총천연색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던 황홀경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가 끝난 후 팬티가 젖었는지 확인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단, 그것이 그제서야 영화가 중력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영화를 보며 조금씩 낯선 중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맥스 관에서 초등학교 재학생중인 남동생과 다시 보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남동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영화는 마지막 승리 후 맥주잔을 부딪히는 영화가 아니라 우유를 나누어 마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의 엔딩이니만큼 입술도 부딪히지만 섹슈얼한 느낌은 전혀 없다. 심지어는 키스 전 친절하게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눈을 가릴만한 틈마저 준다는.
* 이 영화에는 이미 알려진 비, 박준형 외에 또 한명의 한국인이 출연한다. 한국인 아나운서 역을 맡은 김일영씨인데 아쉽게도 거의 5개국어가 넘게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한국어는 들을 수 없었다.
*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비의 비중은 꽤 높으나 캐릭터는 애매하다 못해 정신병자같다. 초반엔 조기흥분증후군환자처럼 이유없이 버럭거리더니 후반부에선 스피드 레이서를 배반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 응원하고 나중엔 (이미 주식으로 챙길거 다 챙긴 후) 사의 진실을 폭로한다. 만약 내가 서양 관객이라면 별로 비에게 큰 인상을 못 받을 것 같다. 무엇보다 넓은 콧평수가 부담스럽다.
# 영화가 끝난 후 당연히 미국판 '스피드 레이서'의 주제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흘러 나온 것은 오리지날 '마하 GoGo'의 주제곡이었다. 곧 이 곡은 어렌지되어 자연스럽게 스피드 레이서의 원래 주제곡과 믹스쳐된다. OST에 실린 것은 극장에서 상영된 버젼과 다른 michael giacchino의 스코어 버젼인데 오프닝의 오리지날 일본 곡, 중간의 불어랩 등이 삭제되었다. 곡이 무척 좋으니 가급적이면 극장에서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관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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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던데..
빨간양말의 뽀송뽀송한 질감도 맘에들더라.
근데 미국 촌구석 너드스타일의 사람들이 모두 쿵푸스타일로 싸우는건 영 맘에 안들었어.
무슨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도 아니고서야...
하하, 정작 나는 그 장면이 제일 재밌었는데. 저 빨강양말은 나도 꼭 한번 코디해 보고 싶은 아이템. 네가 선물해준다면 정말 행운이 깃든 양말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