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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g emx-1 (electribe mx)

read 2008/06/09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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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g emx-1 - change everything

당신이 여자이고 주변의 남자를 잘 다루고 싶다면 이것 한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남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장난감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족속이라는 것을. 왜 남자들은 아이언맨에 열광하는가. 왜 남자들은 당신의 몸을 만지는 것만큼이나 애플에서 만든 딱딱한 초콜릿바같은 것 따위를 만지고 싶어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위의 명제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비록 남성성이 부족하다는 내/외부의 평가를 받고 있는 나도 생물학적으로는 xy 염색체를 가진 남자이고 위의 명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유아기 땐 코코블럭을 갖고 놀았고 (빌어먹게도 우리집은 레고를 사줄만큼 형편이 좋지 못했다.) 유년기 땐 짝퉁 패미콤을 (이건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쳐 구입했다 들켜 뺏겼고.) 청년기 땐 컴퓨터에 몰두했다. (이건 경주에서 통역일을 하고 계신 할머니가 돈을 보태주어 구입했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는 지금 그루브박스를 갖고 놀고 있다. (이건 고용지원센터에서 후원해 주었다.) 물론 이것을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라 볼 수 있을진 의문이지만 그래도 여자를 갖고 노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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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들은 몸매도 밋밋하고 조그만 구멍밖에 없는 이런것에 끌리는가.

내가 갖고 노는 그루브박스의 이름은 korg emx-1(electribe m-1, 이하 emx-1)이라는 푸르딩딩한 녀석이다. 이러한 종류의 가장 진화된 형태의 것으로는 이것 한대만 있으면 일렉트로니카는 30개월 이상 소의 SRM 부위에 프리온이 있을 확률만큼이나 확실하다는 믿음을 설파하고 있는 elektron machinedrum이 있다. (아. 이 얼마나 정직한 이름인가.) 나 역시 tr-606,808,909의 사운드를 99% 재현한다 알려져 있는 elektron machinedrum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나를 후원하고 있는 고용지원센터는 내게 그만큼의 돈을 후원해주지 않고 나는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처지라서 결국 그것의 1/3 값인 emx-1을 구입하게 되었다. 대신 이번달은 공과금도 내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 돈 쓸 일이 두려워 외출 한번 변변하게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가진 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집중이란 돌아보면 후회가 남는 것과 (주로 야동에 대한 탐닉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아니 겪고 있다.) 집중에 대한 가치를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으로 나뉘는데 emx-1은 후자에 속한다. 진심으로 말하건데 emx-1과 함께 한 최근 일주일은 내 음악 창작 작업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렇다. 본래 장난감의 속성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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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쌍방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그루브박스보단 여자와 노는 게 훨씬 재밌긴 하다.

최근, 좋은 장난감의 가장 좋은 예로는 닌텐도의 게임기-ndsl, wii-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게임기 시장의 스펙전쟁에서 방황하던 닌텐도는 도박게임기를 만들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들이 되찾은 초심은 장난감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는 것. (물론 쉽다고만 말하기에 이 게임기들이 가져온 패러다임의 변화는 혁명에 가까운 것이지만 여기선 그게 중심이 아니니 이정도만 언급하도록 하자.) 최근에는 이에 대해 직관적이라 말하는 게 유행인 것 같으니 트렌디한 간지남인 나 역시 그렇게 말하도록 하자. emx-1은 직관적이다. 당신이 스텝시퀀서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는 tr-606,808,909의 에뮬레이터인 audiorealism 사의 drum machine을 통해 스텝시퀀서에 대한 이해를 키웠고, 이후 sonic charge 사의 microtonic의 데모를 건드리며 10만원 정되 되는 가격의 이녀석을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다 직접 손으로 스텝시퀀서를 만지고 돌리고 애무하고 싶다는 생각에 emx-1을 구입하게 되었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학습 덕분인지 대부분의 기능은 직접 만지는 것과 youtube에 널려 있는 시범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마스터했다. 그것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능은 중학교 수준의 영어로 구성되어 있는 매뉴얼을 보고 한두번 정도 만져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내가 머리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당신 역시 국영수를 위주로 교과서를 보며 공부했던 이라면 배우기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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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질 몇번 했을 뿐인데..

youtube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가십 하나 얘기하고 넘어가. 원래 emx-1은 2007년 말에 단종될 예정이었다. 벼랑 끝의 emx-1을 구한 것은 바로 니코니코 동화에 등록된 '치타맨의 테마(acid mix)'. 이 동영상은 니코니코 동화에서 13만회 이상 플레이 되었고 때마침 이 동영상이 등록된 youtube에도 emx-1의 시연 동영상이 대거 등록된다. 그리고 '팔리고 있을 때는 만들어야 한다.'는 korg사의 정직한 철학에 따라 emx-1은 생산을 이어 가게 된다. UCC는 촛불집회에서만 위력을 발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korg사의 정직한 철학 덕분에 나는 2008년 5월 40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이 물건을 낙찰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기업 살리고 서민 및 중소기업 죽이는 고환율 정책을 펼치고 있는 2MB 정부에게는 저주를, korg사의 정직한 철학에는 찬사를 보낼 일이다. emx-1에겐 부활의 기회를 제공해 준 '치타맨의 테마(acid mix)'을 듣고 당신이 제일 궁금해 할 이 제품의 스펙에 대해 알아보자.


치타맨의 테마(acid mix)

Sound Generation Method :  Analog Modeling + PCM
Oscillator type :  16 (Synth Part)
Filter type :  5 (Synth Part)
Drive Circulation :   Synth Part
Modulation Function :  Assignable, Tempo Synchronization
Number of Waveforms : 207 drum PCM waveforms, 76 Synth PCM waveforms (16bit, 44.1kHz)  
Number of Parts :  16 total; 5 synth parts, 9 drum parts, 1 synthesizer accent part, 1 drum accent part
Memory :   256 patterns (192 preload), 64 songs (3 preload)
Effects :  16 types x 3 (Chain)
Sequencer :  Pattern: Maximum 128 steps by part, Maximum 24 motion sequence by pattern
Song: Maximum 256 patterns
Arpeggiator :  Ribbon + Slider, Scale
Output:   L/Mono, R (phone jack: mono x 2), Individual 3, 4 (phone jack: mono x 2), Headphone (phone jack: stereo)
Input :  Audio In (phone jack: mono)
MIDI:   In, Out, Thru
External Memory:   SmartMedia?(4?28 MB, 3V)
Vacuum tube:   12AX x 2
Power Consumption :  24W
Power Supply :  AC IN (AC9V)
Dimensions :  14.09"(W) x 10.08"(D) x 2.44"(H)
358(W) x 256(D) x 62(H) mm (including protrusions)
Weight :  3.1 kg / 6.83 lbs.
Accessories :  AC adaptor

이 리뷰의 대부분은 불친절한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갑자기 그보다 더 불친절한 영어-그것도 전문용어가 포함된-가 등장해 조금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우열반을 반대하고 평준화교육을 지지하는 사람이니 가능한 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혹 중간에 친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얼버무리는거라 생각하면 된다. 차근차근 다른 제품과 차별화 되는 이 제품의 중요한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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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를 오륀지라 발음 하지 않아도 위의 스펙을 이해하는데는 하등 문제 될게 없다.

1.진공관(vacuum tube)이 두대 달려 있다.
내가 진공관을 처음 본건 내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이사실이었다. 나는 그 때문에 회사에 취직했고 곧 그가 진공관 앰프 시스템은은 놔두고 라디오만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몇개월 후 진공관이 달린 무언가를 구입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mx-1의 전면에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투명 유리관 아래로 진공관 앰프가 두대 달려있다. 이는 적어도 오디오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꿈 꾸었던 진공관 앰프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눈으로는 말이다. 여기서 당신은 이 제품의 가격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야 할 것이다. 이 제품엔 진공관 앰프를 증폭시키는 노브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 노브는 1/3쪽짜리 노브다. 당신이 1/3의 금지선을 넘어서는 순간 당신도 justice의 노이즈 가득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이는 cuation이라는 이름으로 매뉴얼에도 분명히 표기되어있다. 하지만 절대 이는 무시할만한게 못된다. emx-1의 거칠고 단단한 소리는 어느정도 이에 힘입은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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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처럼 뜨려면 일단 털이 많고 뮤직비디오를 찍어야 한다.

2.리본이 달려 있다.
당신이 youtube 동영상을 통해 emx-1을 처음 접했다면 이 리본에 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사실 내가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 퍼포먼스 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랩탑을 이용 마우스를 딸깍거리거나 미디 컨트롤러를 만지작 거리는 것보단 이 쪽이 더 간지도 나고 좀 더 역동적이지 않은가. (랩탑 라이브를 하는 이는 이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 뭔가 열심히 하는 척 해도 사실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음을 당신의 동지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이는 꽤 효과적이다. 라이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즉흥성과 역동성인데 아르페지터와 피치 콘트롤을 담당하는 이 리본은 그 두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 시킨다. 물론 디테일한 조작은 불가능하다. 6cm도 안되는 (방금 재봤다.) 안되는 이 리본에 그 만큼의 기능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욕심쟁이다. 6cm보다 긴 당신의 페니스도 별로 많은 기능을 갖고 있진 않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본은 매우 꽤 쓸만하고 건반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나같은 이에게 큰 가능성의 도구로 여겨진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그 가능성을 얼만큼 활용하느냐는 당신의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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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본이 아니다.

3.신디사이저가 내장되어 있다.
emx-1의 이란성 쌍둥이 모델로 korg esx-1이라는 게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emx-1은 신디사이저가 내장되어 있고, korg esx-1은 샘플러가 내장되어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느게 더 낫다는 평가는 내리지 않겠다. 이는 각자의 쓰임새에 다라 다를 수 밖에 없은 것이니. 개인적으로는 roland sp-404를 소장하고 있고, 이것만으로도 샘플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emx-1을 구입했다. (물론 신디사이저 역시 충분하다곤 말할 순 없어도 필요한만큼은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해소 될 것이다.) emx-1에는 총 5개의 신디사이저 파트가 배분되어 있다. 내장된 음원은 총 76개, 오실레이터의 종류는 16개, 필터는 4개, 그리고 드럼파트에 쓰이는 16개x3개의 이펙트를 쓸 수 있다. 그리고 korg 신디사이저를 써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이, prophecy, z1, ms2000, oasis pci 그리고 electribe 시리즈에 쓰였던 MMT(multi modeling technology)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즉, 이 말은 emx-1 한대만으로도 한 곡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 이미 좋은 신디사이저가 많이 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emx-1에 포함된 신디사이저는 그리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이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제품은 그루브박스이고 신디사이저는 옵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디사이저의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emx-1에 내장된 신디사이저가 못 쓸 정도는 아니다. 80년대 데스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음원은 최근 신디사이저에서는 맛보기 힘든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최근 음악 추세가 80년대를 향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다면 충분히 실험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디사이저 내장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기기를 넘나들지 않고 emx-1만을 통해 곡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emx-1에서 드럼 파트를 통해 비트를 만들고 신디사이저 파트를 통해 곡의 스케치를 한 뒤 시퀀서에 미디노트를 옮기고 그에 대응하는 사운드를 찾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emx-1 + sp-404

esx-1

그 외 특징으로는 스마트 미디어 포트를 내장하고 있는데, 2003년에는 이 제품이 유망 제품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단종되어 거의 쓰이고 있지 않다. 즉, 이 기능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을거라는 얘기다. 얼마나 이 제품이 잘 쓰이고 있지 않느냐면 네이버에서 자동 검색어 완성조차 안 될 정도다. 심지어는 미디어 자체의 문제로 128mb까지 밖에 지원이 안되며 가격또한 비싸다. sp-404가 아직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플래쉬 메모리 지원으로 자유로운 데이터 연동이 가능한 것에 비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문득 블루레이가 표준이 된 지금 HD-DVD를 지지했던 무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HD급 영화 구매와 IPTV가 빠른 속도로 실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블루레이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쓸데없는 궁금증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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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론 야동을 지배하는 자가 미디어를 지배한다!

만약 당신이 광의적 개념의 댄스 뮤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적어도 한번쯤은 그루브박스를 다루어 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마우스 까딱 거리면서 미디노트를 찍는 것보다 훨씬 재밌기 때문이고, 그보다 작지만 역시 큰 이유는 댄스 뮤직을 이해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왜 아직도 많은 댄스 뮤지션들의 장비 목록에서 단종된지 한참 된 tr-808,909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바야흐로 터치의 시대다. 당신만의 그루브박스를 장만하고 그것을 만져라. 적어도 홍대 유명 클럽에 가서 고만고만한 댄스 음악에 맞춰 부비부비하다 눈맞아 아무 여자나 붙잡고 만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그루브박스를 갖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만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p.s:이 제품의 구입에는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한국 미녀 뱡뱡양이 도움을 주었다. 그녀에게 백만번의 xoxoxo를 보낸다. (어메리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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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ewmeca 2008/06/09 21: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웅,
    10만원보다 비싼걸, 제가 과연 기종이에게 '만지고 놀아라' 라고 할 수 있을지...
    기종이 없을 때, 신랑과 저만 몰래 신나게 '만지고 놀'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저스티스의 간지는 언제나 훌륭해요. 따봉!

    • BlogIcon app_ 2008/06/10 16:54 Address Modify/Delete

      emx-1의 올드스쿨 모델인 er-1같은 건 중고가 1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답니다. 정말 우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제게 그루브박스를 장난감으로 사주셨다면 저는 지금쯤 어머니를 끌어안고 세계일주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종이를 한국의 surkin으로!

  2. 2008/06/09 23: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app_ 2008/06/10 17:03 Address Modify/Delete

      턴테이블은 예민한 제품이니, 가급적이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작동시켜보고 구입하는 게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운이 좋아 4만엔에 턴테이블 두대를 낙찰받는다 해도 운송료 10만원에 관세 10만원이 붙으면 60만원에 이르는 가격인데, 국내에서도 중고로 운이 좋을 경우 이 정도엔 구입할 수 있거든요. 직접 일본 여행 중 구입해 들고 오는 경우, 혹은 지인이 한국에 들어올 때 사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이 경우엔 운송료가 안 들고 운이 좋으면 관세크리를 피할 수 있겠지요.)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아니네요. 턴테이블 거래는 http://cafe.daum.net/toturntable 같은 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쪼록 턴테이블 구입에 행운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3. 2008/06/11 02: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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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스피드레이서 DVD Vol.4의 이미지. 행운의 빨간 양말이 도드라져 보인다.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끼는 걸까. 그것은 지구인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힘, 중력 때문이다. 이미 매트릭스를 통해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를 능수능란하게 오고갔던 워쇼스키 형제는 차기작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근본적인 힘의 한계가 존재하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항간에서는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을 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는 이 영화를 통해 꿈꾸었던 성(星)전환이 성(性)전환으로 와전된게 아닐까. 덕분에 스피드 레이서는 지구밖의 세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스피드 레이서라는 롤러코스터의 코스는 어떨까. 상승, 하강, 가끔 360도 회전. 우리가 여태껏 이 때 쯤이면 보아왔던 블럭버스터들의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매트릭스 한편으로 전세계인을 철학자로 만들었던 이들의 경력에 비해 별로 참신하지 않다. 게다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데, 매트릭스 1 이후로 시각적 충격에 대한 강박으로 한번도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들의 이력을 본다면 납득하기 힘든 사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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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장면들은 오히려 스틸컷이 더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이 롤러코스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레일을 통해 느껴지는 중력이 우리가 지구에서 겪었던 중력감과 적잖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아무도 그들 앞에 '바보야, 문제는 중력이야.'라는 피켓을 들지 않았을까. 위화감을 느낀 낯선 감각의 레일 위에서 아무리 스피드 레이서가 질주한다고 해도 우리는 불감증 환자가 되어 무감각하게 스크린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혹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커플처럼 상영 중에 문자를 주고 받고 몇번이나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한 인간의 분노 게이지가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는지 실험하던가.
  하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코스-그랑프리에 도착하면 우리는 잃었던 중력을 조금씩 찾게 된다. 그리고 중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 급하강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보는 총천연색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던 황홀경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가 끝난 후 팬티가 젖었는지 확인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단, 그것이 그제서야 영화가 중력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영화를 보며 조금씩 낯선 중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맥스 관에서 초등학교 재학생중인 남동생과 다시 보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남동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영화는 마지막 승리 후 맥주잔을 부딪히는 영화가 아니라 우유를 나누어 마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의 엔딩이니만큼 입술도 부딪히지만 섹슈얼한 느낌은 전혀 없다. 심지어는 키스 전 친절하게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눈을 가릴만한 틈마저 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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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력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장면이자 가장 좋아하는 씬 중 하나.

* 이 영화에는 이미 알려진 비, 박준형 외에 또 한명의 한국인이 출연한다. 한국인 아나운서 역을 맡은 김일영씨인데 아쉽게도 거의 5개국어가 넘게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한국어는 들을 수 없었다.

*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비의 비중은 꽤 높으나 캐릭터는 애매하다 못해 정신병자같다. 초반엔 조기흥분증후군환자처럼 이유없이 버럭거리더니 후반부에선 스피드 레이서를 배반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 응원하고 나중엔 (이미 주식으로 챙길거 다 챙긴 후) 사의 진실을 폭로한다. 만약 내가 서양 관객이라면 별로 비에게 큰 인상을 못 받을 것 같다. 무엇보다 넓은 콧평수가 부담스럽다.

# 영화가 끝난 후 당연히 미국판 '스피드 레이서'의 주제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흘러 나온 것은 오리지날 '마하 GoGo'의 주제곡이었다. 곧 이 곡은 어렌지되어 자연스럽게 스피드 레이서의 원래 주제곡과 믹스쳐된다. OST에 실린 것은 극장에서 상영된 버젼과 다른 michael giacchino의 스코어 버젼인데 오프닝의 오리지날 일본 곡, 중간의 불어랩 등이 삭제되었다. 곡이 무척 좋으니 가급적이면 극장에서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관람하기를 권한다.

michael giacchino - speed ra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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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자유인되기 PJT Blog 2008/05/10 07:25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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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bject: 스피드 레이서-새롭다! '매트릭스' 만은 못했어도

    Tracked from Movie rewind 2008/05/10 12:59  Delete

    <매트릭스>라는 이름만 들이밀어도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워쇼스키형제의 신작이며 한국배우 '비'(정지훈)의 헐리우드 첫 진출작이라는 홍보와 개봉전부터 숱하게 보아왔던 예고편을 보며 기대해 왔던 블록버스터 영화 <스피드 레이서> !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피드 레이서>의 충격파는 <매트릭스> 만은 못하다. 그러나 기대치를 걷어내고 보면 <스피드 레이서>는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 시작후 바로 보여지는 원색적이고 알록달록한 마치 만화같은 새로운 영상(예고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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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ubject: 마하 고고고(스피드 레이서) OST

    Tracked from Let`s Play 2008/05/11 11:07  Delete

    스피드 레이서의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고(1967)의 메인 테마곡 입니다. 트롯트 느낌이 나는 것이 듣기좋네요. 일본판과 북미판 두곡 모두 들어보시길~ Mach Go Go Go(Japanese Speed Racer Theme).mp3 Speed Racer - Theme.mp3

  6. Subject: 스피드 레이서 봤습니다.

    Tracked from Let`s Play 2008/05/11 11:07  Delete

    금요일에 용산 CGV에서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타쿠 감독이 만든 가족 오타쿠 영화 쯤 되겠습니다. 원작인 "마하 고고고(국내방송명:달려라 번개호)" 애니메이션을 보신분이라면, 연출이나 음악등에 더욱 빠져드실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최대의 볼거리는 경주차들의 격투 `Car-Fu`(쿵푸에서 따온듯?)를 보는 즐거움 입니다. 정말 화끈 하고 스피디 합니다. 저에게는 만족할 만한 영화지만, 솔직히 국내 대박흥행은..

  7. Subject: 용산 CGV "스피드레이서" 시사회 30분만에 중단

    Tracked from Let`s Play 2008/05/11 11:08  Delete

    얼마전 응모한 맥스무비 스피드레이서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기분좋게 친구와 용산 CGV로 향했죠. 영화시작후 현란한 CG와 알록달록 만화같은 배경들에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즐거움은 30분 동안 이었습니다. 30분 정도 흘렀을때, 갑자기 화면이 뒤집히더니 영화 씬이 제멋대로 나오더군요. 음성부분도 꼬여서, 뭐라 그러는지 하나도 모르겠고...딱 그때가 비 출연씬 이었는데...잠시후 극장 직원의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급하게 필름을 공수하다보..

  8. Subject: 통쾌, 스피드로 게임같은 영화 '스피드레이서'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2008/05/12 20:53  Delete

    출현한 배우와 몇개의 장면을 빼고는 대부분의 배경이 컴퓨터에서 작업한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영화로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는 생각을 갖게 한 영화인데 관람객 등급 12세 이상이라니? 그 이하의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만화같은 아니 만화를 영화화한 것.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우리 나라 가수 비(정지훈)가 영화에 등장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 취한 아줌마의 기대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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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한민지 2008/05/13 19:0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재밌던데..
    빨간양말의 뽀송뽀송한 질감도 맘에들더라.
    근데 미국 촌구석 너드스타일의 사람들이 모두 쿵푸스타일로 싸우는건 영 맘에 안들었어.
    무슨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도 아니고서야...

    • BlogIcon app_ 2008/05/13 19:29 Address Modify/Delete

      하하, 정작 나는 그 장면이 제일 재밌었는데. 저 빨강양말은 나도 꼭 한번 코디해 보고 싶은 아이템. 네가 선물해준다면 정말 행운이 깃든 양말이 되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2007년에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데쓰 프루프(death proof)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2008년에 가장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은 데쓰 프루프와 짝패 영화인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를 (한국의) 누구보다 빨리 극장에서 보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사회를 기획한 BPF 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훼이크 영화(였으나 실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밥 웨인스타인의 바람 덕에 dvd용 영화로 제작이 결정된) machete의 예고편 마지막에는 x-rated 등급 표시가 등장한다. 그건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이 영화를 방해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 영화는 그 어떤 경계도 두려움없이 가볍게 뛰어넘을 거라고. 실제로 플래닛 테러는 그의 선언을 눈치채지 못한 이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질주한다. 우리가 가볍게 내뱉은 농담인 뇌가 없다는 말은 진담이 되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사타구니는 폐기물처리장의 타이어처럼 녹아 발밑으로 뚝 뚝 떨어진다. 세라복을 입은 이즈미는 기관총을 들었지만, 핫팬츠를 입은 로즈 맥고완은 잘려진 다리에 기관총을 박았으며, 텍사스의 트럭 운전사 프레디 로드리게즈는 닌자였(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이며 (거의)지구종말의 영화이기도 하다. 어떤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신체와 총기와 지역과 전통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나 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표정이 그려지지 않는가.


machete trailer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크게 의미가 없다. 환호하거나 천대하거나. 좀비영화의 매니아가 아니라는 유일한 이유로 별 3개의 평점을 준 시카고 선타임즈의 리뷰처럼. 그러니까 이건 태도에 관한 영화다. 다리에 기관총을 단 로즈맥고완이 유탄을 발사해 하늘로 날아올라 360도 회전을 하며 좀비를 기관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 대한 얘기를 듣고 끝내준다는 표정을 짓는 소수의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천대할 것이다. 대부분의 b급 영화의 운명이 그러한 것처럼. 그리고 이 영화는 여성이 성장하고 승리하는 영화다. 이는 데쓰 프루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동시상영 영화의 틀과 기존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가져온 어떠한 의미에서 지극히 고전적인 이 영화에서 여성이 승리한다는 사실은 큰 전복의 쾌감으로 선사한다. 당신이 치녀물을 좋아한다면 분명 이 영화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다리 페티쉬가 있다면 보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섹시한 다리를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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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BPF후

    Tracked from ego + ing 2008/03/19 10:14  Delete

    토요일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의 스테프로 참여했다.너무 열심히 일했더니 가 아니라 너무 격하게 놀았더니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축제와 컨퍼런스의 차이는 무엇일까?컨퍼런스가 피와 살을 만드는 목적지향성인 반면,축제는 피가 끓고, 살이 빠지는 놀이라는 점에서 과정지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컨퍼런스라기 보다 축제에 훨씬 가깝다.식순을 보면 알겠지만 신나게 즐기는 것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행사 중간에 삽입되어 있...

  2. Subject: &lt;플래닛 테러&gt; :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 (메인)

    Tracked from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 2008 2008/03/19 10:58  Delete

    국내 최초의 '블로거만을 위한 프리미어 시시회'는 계속됩니다.많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lt;아임 낫 데어&gt;의 상영이 취소 되었습니다만, 아직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지 못한 "로베트로 로드리게즈"감독의 &lt;플래닛 테러&gt;를 블로거분들에게 선 뵐 수 있어 감개 무량입니다. 특히 &lt;아임 낫 데어&gt;를 상영하려 했을때의 의미 그대로 미개봉작을 상영함으로써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메인)"의 의미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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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본문 내용에 스포일러가 좀 노골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니 알고 영화를 본다 해도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지만, 이런데 민감하신 분은 영화를 본 후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내 곁에 있어줘' 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은 실존인물로 14살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왠지 이렇게 얘기하면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풀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일반적으로 하는 소통의 수단이 모두 사라진겁니다.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째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그녀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 뒤에 배운 영어로 불편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합니다. 그녀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여기서는 상황속에서가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역경을 이겨내고라던지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은 그녀의 삶에 비추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수영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합니다. 이 영화에 자신의 역할로 직접 말이예요.


저 는 이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무 불친절하고, 저는 친절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의 세계에는 소리도 빛도 없습니다. 즉, 이 영화는 침묵과 어둠의 영화입니다. 침묵과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먼발치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재키는 채팅으로 만나 사랑을 나누다 변심한 레즈비언 애인- 샘에게 핸드폰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고 뚱보 경비원- 패티 코는 자신이 경비원으로 일하는 건물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편지로 씁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재키는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서 떨어지고 패티 코는 편지를 전하러 가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재키에 의해 죽음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패티 코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재키를 돌보기 위해 매주마다 봉사활동을 가던 테레사 챈의 집에 찾아갈 수 없었던 재키의 아버지- 손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신 찾아가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은 구원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모두가 소통하고자 원하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은 테레사 챈과 영화가 끝나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손의 아버지입니다. (손의 아버지와의 만남에 그녀가 쓴 글과 손의 아버지가 만든 음식이 동기가 되었고 그 역시 말을 건내려는 거라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을 전하려는 행위보다는 그녀와 그의 삶 그 자체에 더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보지도,듣지도 못하는, 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몇 번이나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다가, 고치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다 결국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침묵과 어둠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재키의 핸드폰 문자와 패티 코의 편지처럼 글로는 전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정 작 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장면은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이 만나는 장면이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이 상대를 바라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내내 반복되는데, 재키가 샘이 새로운 남자친구와 함께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블럭너머에서 바라보는 장면. 패티 코가 어두운 거리에서 높은 건물의 밝은 조명 아래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 유령으로 손의 아버지 곁에 있던 손의 어머니가 손의 아버지를 떠나가며 함께 정리하곤 했던 가게 밖에서 손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 그렇게 먼발치에서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던 모습이 인상적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곁에 있어줘'라고, '사랑하는 사람이여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라구요.


내곁에 있어줘 예고편 -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하루종일 예고편만 봤네요. 안녕.


* 2006년 6월 5일 사랑과 웃음의 밤에 쓴 글 입니다. 그 사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에릭쿠의 방한과 함께 특별전이 열렸지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야근은 영혼을 잠식합니다. 기회가 될 때 다른 영화도 찾아 본 뒤 포스팅...할지 모릅니다.